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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가끔 판 보면서 그래도 우리 시댁은 괜찮구나
위안 삼던 멍청한 1인 입니다.

평범하게 용돈 바라시고 며느리 설거지는 시켜도 타박이나 참견은 안하는 시부모님 
그냥 오며가며 인사 정도 하는 도련님과 내가 설거지 하면 수건 들고 그릇 닦는 걸 도와주는 시누 형님 
시댁 다녀오는 날이면 어깨며 손이며 주물러주는
남편이 있어 이 정도면 복 받았다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주말 아버님 생신이라고 시댁에 모여 시누 형님과 생일상을 차리고 둘러 앉았습니다.
한잔 두잔 술도 나누고 화기애에하게 얘기하던 중 작년 생일엔 병원에 계셔서(아버님이 심부전증이십니다.) 올해 생일파티 하는게 기적 같다 건강 해지셔서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시누가 잠깐 눈물 짓자 분위기가 숙연 해졌습니다.
유난히 아버님 사랑이 지극한 도련님도 아버님께 오래 오래 사셔야 한다며 몇번이나 말하는 모습을 전 그저 흐믓하게 지켜보고만 있다가 날벼락을 맞았습니다.
한 두시간 후 평소보다 술이 과했던 도련님이 자기는 아버님 장례 치를 마음의 준비가 안됐다고 하다가 대뜸 저에게 형수 아버지는 어릴 때 돌아가셔서 형수는 공감 못 할거란 말을 했습니다.
같이 산 기간이 얼마 안된다면서요.
순간 눈앞에 별이 팟 하고 튀는 느낌이 들어 저도 모르게 도련님께 들고있던 맥주잔을 뿌리고 뺨을 때리고 울면서 집 밖으로 뛰쳐 나왔습니다.
뒤로 남편이 큰소리로 도련님께 화를 내는 게 들렸지만 그대로 뛰쳐나와 우리 차 앞에 섯는데 바보 같이 지갑도 가방도 차키도 안들고 나와 차 앞에서 혼자 울고 있자 시누 형님이 제 가방을 들고 나오시며 미안하다고 대신 사과 한다고 하셨습니다. 

네.. 우리 아빠 저 중학교때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16살때 일 입니다.
저희를 위해 일하시다 이른나이에 과로로 돌아가셨습니다.
아빠가 주위에 알아주는 딸 바보셨습니다.
전 어릴때부터 아빠 품에서 잠드는 딸이었고, 중학생이 되어서도 안좋은 꿈을 꾸거나 잠이 안오면 아빠 품에 가서 잤습니다.
아빠는 손이 저리도록 내내 제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으니까요.
일부러 제 등교 시간에 맞춰 나오시면서 학교 앞까지 같이 걸어서 데려다 주시던 기억도 수백 수천번 매번 제 주머니에 오빠들 몰래 용돈을 찔러주시던 아빠였습니다.
제가 서태지와 아이들을 좋아한다고 몰래 콘서트 티켓을 선물로 사오셔서 아빠와 둘이 갔던 기억, 문방구에 들러 브로마이드와 책받침을 사다주시던 기억, 봄이면 아빠랑 산으로 들로 여행도 참 많이 다녔습니다.
아빠가 일찍 돌아가시고 이 악물고 살았습니다.
아빠가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돌아가신지 십여년이 지났어도 장례식을 떠올리면 전 눈물부터 날 정도고 결혼 준비 하면서도 결혼식날 남편 손 잡고 행진 하면서도 아빠 생각에 많이 울었습니다.
(결혼 행진 못 할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았지만 어른들이 강요 하셨습니다.) 
그래서 시댁에서도 제 사연 모르는 사람 없습니다.
저는 지금도 아빠 산소에 가는 길부터 눈물이 납니다.
지금은 제가 아빠 사랑 다 갚아 드릴 수 있는데 그러지 못해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입니다. 
남편이 나오고 집으로 오는 길에 사과도 받고 집에 와서 같이 울면서 앞으로 도련님과 만날 일 없다면서 약속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아침 어머님께서 전화가 와서는 아무리 그래도 어떻게 맥주를 쏟고 사람을 패냐며 사과를 하라고 요구 받았습니다.
제가 상황 설명 못 들으셨냐고 했더니 들었고 도련님이 실수한건 맞지만 꼭 그 말이 틀린것도 아닌데 때린게 더 나쁘고 돌아가신지 15년도 넘었는데도 그렇게 유난이냐고 누군 아버지 없냐고 내 아버지도 돌아가셨어도 너 같지는 않다고 나무라시더군요. 

그냥 말 없이 전화 끊어버리고 차단 했습니다.
남편에게 말하니 또 사과를 합니다.
정오가 지나니 시누 형님이 오셨습니다.
제가 걱정이 돼서 오셨다며 미안하다고 사과 하셨습니다.
전 모르겠습니다.
아무것도 안한 남편이 시누 형님이 왜 미안하다 하시는지.
정작 도련님은 나한테 뺨 맞고 남편에게 욕 먹고 그 뒤로 또 억울하다고 했다가 서방님께 또 욕을 먹었다고 합니다.
서방님께서 시댁에선 저와 같은 입장이라 그런지 마음도 아프고 속상하셨다면서 저랑 나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기분도 풀라고 하셨다고 합니다.
제가 미뤄두고 못 한 설거지 빨래 형님이 다 해주시고 힘 없는 저 보시고는 나가서 죽이랑 제가 좋아하는 복숭아를 사다 주셨습니다.
어머님과 통화한 내용도 들으시고 못 참고 제 앞에서 어머님께 전화해서 호통 치시며 싸워주시고, 도련님께 전화해서 형수한테 사과하라고 호통치시는데..
정작 도련님은 자기 잘못이고 실수라고 술 깨고 나니 형수님께 너무 죄송하다고 하는데 어머님은 계속 도련님 말이 꼭 틀린것 만도 아니라고 하십니다.

그날 밤 남편에게 휴가를 받았습니다.
혼자서 차 타고 아빠랑 자주 피서 갔던 동해에 가서 1박 하고 다시 서울로 와서 친한 친구네 집에서 잤습니다. 

몇일간 진지하게 생각 해보았지만 전 도련님이 저한테 사과 하셔도 시부모님과 도련님 안 보고 싶고 장례식도 안가고 싶은데 그렇게 해도 될까요? 
이게 남들이 보기에 별거 아닐지도 모르고 시어머님 말대로 누구나 겪는 일 제가 유난일지도 모르지만 전 그냥 유난인 사람 하고 싶습니다.








http://pann.nate.com/talk/342135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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