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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 저보고 독립 안하냐는 올케

Destiny Sarang 2018. 3. 27. 08:35



안녕하세요.

익명으로 마음 놓고 조언을 듣고자 처음으로 글을 써봅니다.

긴 글이지만 읽어주시길 부탁합니다. 


저는 18살 때부터 남동생과 단둘이 살아왔습니다.

너무 어린 동생이라 아들이라 생각하고 키웠습니다.

다니던 학교는 졸업도 못 하고 돈 버는 일이면 뭐든지 하면서

하루에 두 시간씩 자면서 돈 벌어서 저는 근처도 못 가본 대학도 졸업시켰습니다. 


제가 고생하고 힘든 걸 동생이 고맙게도 알아줬는지

사춘기 때도 사고 한번 안치고 좋은 대학교 나와서 듬직한 직장인이 되어주었습니다.

이제는 누나 고생하지 말라면서

하던 식당일도 그만두게 하고 집에서 쉬게 해주던 제 동생. 대견했습니다. 


그런 동생이 귀가 시간도 늦어지고 안 부리던 멋도 부리더니

여자친구가 생겼다며 오랜 후에야 소개해 줬는데, 정말 기뻤습니다.

가족이라지만 단둘이 살면서 서럽고 외로웠을 텐데

드디어 본인 가정이 생겨 사랑받고 살 동생을 생각하니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 당시 올케도 너무 예쁘고 마음도 선하고, 무엇보다 동생이 무척 사랑하는 여자라 고맙고 좋았습니다.

그래서 비록 내가 좁은 집을 구해 살더라도 제 동생 부부한테는 더 좋은 곳으로 해주고 싶어서 무리하게 20년 넘게 모아 장만한 동생과 살던 집도 팔아서 최대한 좋은 집을 구해줬습니다. 


올케 집안 형편도 어려워서 혼수도 제가 채워주고 못 받아도 둘만 행복하라며 해줄 수 있고 줄 수 있는 것은 다 해줬습니다.

그러고 다짐한 게 불편한 가족은 되지 말자, 아무리 누나라도 이제 가정을 이뤘으니 참견도 뭐도 하지 말자 다짐했습니다. 


최대한 동생에게 전화도 안 했고 올케에게도 안 했습니다.

가끔 선물이나 종종 보내주고 동생에게 안부 전화 오면 통화만 했지 찾아가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너무 많았고 평생을 하던 일을 안 하다 보니 몸이 더 힘든 거 같아서 작은 카페로 시작해서 지금은 레스토랑이 되었습니다.

놓았던 공부도 다시 시작해서 최대한 남들과 대화는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싶어 여러 가지도 배워보고. 제 삶을 다시 찾는 시간을 가져 왔습니다.

동생에게는 미안하지만, 오히려 제 손에서 떠나보내니 제 시간도 제 삶도 저 자체를 찾을 수 있던 거 같습니다. 


그런데 지난주 올케가 집으로 찾아왔습니다.

본인도 일하고 싶다며 제 동생 월급으로는 생활이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제가 모르는 빚도 있다며 우는데 심장이 내려앉는 기분이었습니다. 

잘만 살 거 같던 동생 부부가 그런 힘든 일이 있다는 이야기에 제 행복했던 시간이 미안하게만 느껴졌습니다. 


동생은 저에게 미안해서 말 못 한다며 동생에게 해준 집을 팔고 싶은데 제가 혹여나 싶어서 제 이름으로 했기에 팔지 못한다는 이야기와 제가 사줬던 차는 이미 팔아서 빚을 조금 갚았고..

제 레스토랑에서 일하고 싶다는 이야기들이었습니다.

낮에는 카페로 하고 있어서 낮에만이라도 일을 시켜달라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래서 우선 알겠다고 이야기를 했고, 그 날 현금으로 500을 찾아 줬습니다.

급한 일부터 처리하라고. 올케를 돌려보내고 속상한 마음에 가게도 안 나가고 그냥 잠을 자려다가

내 인생은 정말 나의 인생일까 싶은 마음에 욱해서 동생 집에 찾아가려 미리 전화를 했는데

올케는 지금 밖이라며 오지 말라고 말리고 동생에게 전화했는데

지금 퇴근하고 들어가고 있다며 무슨 일 있냐며 우리 집으로 온다고 하길래 일 층에서 기다렸습니다. 


제 앞에 외제차가 한대가 스는데 동생이 내립니다.

분명 차를 팔았다고 했는데 뭐지 싶더니 저 멀리서 올케가 부랴부랴 뛰어오더니 동생을 끌고 차에 태우려고 했습니다.

너희 뭐하냐 내리고 화를 내니 올케가 비밀로 하기로 했지 않으냐며 동생을 억지로 태우더니 가버렸습니다.

동생은 뭐냐며 둘이 누나 전화하겠다고 하면서 가는데 순간 멍하고 무슨 일이나 싶어서 전화기만 붙들고 기다렸습니다. 


새벽이 오는데도 연락이 없어서 불안해하고 있는데 동생이 찾아오더니 막 울면서 미안하다고 하는데 술 냄새도 심하고 많이 취해 보여서 우선 눕혀놓고 새벽이지만 올케한테 전화했습니다.

올케도 바로 받더니 동생을 찾았고 지금 여기 있다고 하니까 바로 온다며 동생 이혼시키기 싫으면 아까 한 이야기는 절대 하지 말라며 끊어버립니다.

얘들이 진짜 무슨 일이나 싶었는데 


찾아와 문 두들기는 소리에 동생이 술 취한 채로 절대 문 열어주지 말라며 소리 지르는데 새벽에 찾아온 올케 보니 앞 사정을 떠나서 걱정되어 열어주려 했는데 동생이 달려들면서 절대 열지 말라고 소리소리 치길래 계속 두들기는 소리 안 들릴 때까지 벌벌 떨었습니다. 


한숨도 못 잔 체 해 뜨고 동생 깨워서 뭐냐고 물으니 지난 이야기를 털어놓는데 들어보니 가관입니다.

올케가 돈 관리 한다며 맡겼던 월급은 지금까지 한 푼도 못 모았고 사줬던 차는 우기고 싸워가며 외제차로 바꾸고 어디다 썼는지 카드값은 밀려가고 빚은 쌓였다는 이야기에..

집 팔아달라는 거 너 부탁이냐니까 아니라고 절대 아니라고 믿지 말라며 화내고 저한테 정말 미안하고 미안해서 그동안 힘들었다 이야기 한번 못했다며 아침부터 우는 동생 보니까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습니다.

제 레스토랑도 가질 생각이라는 여자라는데 그동안 결혼 후로 많이 만나보지는 못했지만, 배신감에 화가 났습니다. 


어제 준 500의 이야기는 보지도 듣지도 못했다는 이야기와 돈도 없는데 아직 가사도우미를 쓰고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서 월급도 동생이 관리한다 했더니 이혼하자고 했다며

그때는 사랑해서 잡았는데 이제는 정도 없고 무서워 이혼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미안하다.

이렇게 누나 고생하면서 나만 보고 살고 키워줬는데 이런 모습 보인다며 계속 우는 동생과 끌어안고 울었습니다.

저도 늙었고 이제 다 큰 어른인 동생을 안고 우는데 왜 아직 어린아이처럼 보이는지.. 꼭 부모님 돌아가신 날 부둥켜안고 울던 날로 돌아간 것 같습니다. 


그 날부터 지금까지 저의 집에서 출퇴근하며 지내고 있는데 올케랑 통화하는 거 들어보면 정말 끝인 것 같습니다.

순하기만 하던 동생도 저런 면도 있구나 싶고. 동생 집은 자기가 알아서 도어락 바꿔버린다는 이야기에 아 정말 이혼하는구나 싶습니다.


저한테도 연락이 왔는데 울며불며 이혼은 막아달라며 부탁하더니 동생이 예전부터 항상 자기한테 지난날은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

너뿐이다 떠나지 말아 달라며 했던 이야기가 있다고 다시 동생을 외롭게 만들고 싶냐며 말려달라고 합니다. 


저한테 미안해서 이혼하자고 하는 거 같다며 아직도 동생은 본인을 사랑하는게 느껴지고 힘들거라고 앞으로 저만 잊고 산다면 문제없다고 합니다.

그 말에 흔들렸지만 아무래도 더 동생을 지옥으로 끌고 가는 건가 싶고 어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http://pann.nate.com/talk/34152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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